박재한 칼럼 - [보호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비용]
- Jason Peter
- 4월 7일
- 3분 분량
![[사진 = 트럼프 대통령]](https://static.wixstatic.com/media/8b5b46_b9e4be252773449297923dc041bb4b12~mv2.jpg/v1/fill/w_980,h_653,al_c,q_85,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8b5b46_b9e4be252773449297923dc041bb4b12~mv2.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미국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광범위한 새로운 상호 관세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히 무역 조정 수단에 그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의 통상 전략뿐 아니라 외교, 산업, 소비자 생활에까지 깊게 관여한 전방위적 정책이었다. 정치적 색채가 짙은 이 경제 전략은 단기적으로 일부 산업과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세계가 감당해야 할 구조적 비용과 갈등을 초래했다. 실제로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한 추가 비용, 농민의 손실, 산업 전반에 미친 혼란은 미국 경제의 근본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으며, 동맹국들과의 관계까지 손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전통적으로 관세는 자국 산업을 외국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거나, 특정 국가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를 통해 국내 고용을 안정시키고 무역 수지를 개선하며 전략 산업을 육성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단순한 경제 조정 수단을 넘어 정치적 메시지, 외교적 압박, 협상 지렛대의 기능까지 동시에 수행하며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었다.
표면적인 성공, 제한된 효과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의 일차적 목표로 제조업의 부활을 제시했다. 실제로 철강·알루미늄 산업의 일부 생산시설이 재가동되고, 고용이 늘어나는 조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관세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견제하는 압박 수단으로 일정 부분 기능했고, 결과적으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또한, 트럼프는 관세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NAFTA를 재협상하고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이끌어내는 등 일정한 협상력을 발휘했다. 이처럼 관세는 미국의 통상 전략에서 단순한 수단을 넘어 정치적 레버리지로 활용되며 단기적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지엽적이고 단기적이었다. 전체 제조업 고용 증가율은 기대보다 낮았으며, 미중 무역합의 이후에도 중국의 구조적 무역 관행 변화는 제한적이었다.
세계 공급망의 구조적 피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은 특정 산업(철강, 알루미늄 등)의 단기적 회복을 불러왔을지 몰라도, 그 반대급부로 더 넓은 산업 생태계에 심대한 구조적 부담을 안겼다. 철강·알루미늄 가격 상승은 자동차, 항공, 건설, 기계 등 다운스트림 산업의 생산비용을 전방위적으로 인상시켰다. 예를 들어, 포드는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관세로 인해 약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했고, GM은 14,000명(약 1만 4천 명) 이상 감원을 단행했다. 이는 ‘제조업 부흥’이라는 정책 취지가 동일 산업군 내에서도 균일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이러한 비용의 증가는 소비자 가격에도 타격을 주었다. 미국 무역협회(Tariffs Hurt the Heartland)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2018~2019년 트럼프 관세로 인해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한 추가 비용은 총 570억 달러(약 75조 원)에 달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소비재 분야였다. 소비자 가구당 평균 연간 1,200달러(약 160만 원) 이상의 실질 비용 증가가 발생했으며, 이는 중산층 이하 가계의 체감 물가 상승률을 훨씬 더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금융시장도 큰 충격을 받았다. 다우존스 지수는 하루 만에 3.1% 하락했고, S&P 500과 나스닥도 각각 2.7%, 3.4% 떨어지며 총 1조 5천억 달러(약 2,000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는 관세 정책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과 그 파급력에 대한 우려를 극명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보호무역’이라는 명분의 정치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단순히 경제적 조치가 아닌, 국내 정치용 무역 전략으로 기능한 측면이 강하다. 노동자 계층과 제조업 중심 지역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보호무역이 강조되었고, 이는 실제로 2016년 대선과 2020년 선거에서도 주요 정치 메시지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정작 실질적 경쟁력 강화나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보다는 외부의 위협을 내부 결속의 수단으로 삼는 방식을 반복했다. 이러한 접근은 국제무역 규범과도 충돌했다. 특히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 한국 등 전통적 동맹국들에게도 예외 없이 고율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의 외교적 신뢰도는 크게 훼손되었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당시 미국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삼았지만 이는 동맹국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리였다. 이는 전통적 우방국과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통상정책이 외교 관계를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강경한 언어 뒤에 가려진 대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강한 미국”을 외쳤지만, 그 언어 뒤에는 복잡한 경제적 비용과 구조적 갈등이 숨어 있었다. 국내 일부 산업의 단기적 혜택은 있었지만 이는 소비자와 다른 산업군의 손실을 동반한 제로섬 게임에 가까웠다. 정책은 보호를 약속했지만 진정한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남기지 못 한다. 1930년 미국 의회는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통과시키며 주요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는 세계 무역의 급감과 타국의 보복관세를 촉발하며 결국 1929년 대공황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관세는 경제 불황 속 보호 수단이 아니라 때론 위기를 가속하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관세는 자국 산업을 지키는 방패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과 시장 질서를 협력과 규범에 기반한 무역 질서가 더 지속가능하다. 미국이 진정한 경제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고립을 통한 보호’가 아닌 ‘경쟁 속의 혁신’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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